자전거길의 교차점에서

자전거길의 교차점에서

서울 월드컵경기장 옆으로 뻗은 자전거길은 탁 트인 풍경과 잘 정비된 도로 덕분에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코스다. 나는 주말 오후, 그 길을 따라 페달을 밟으며 응암역을 향하고 있었다. 귓가에 바람이 스치고, 주변의 고요한 자연과 어우러진 자전거 소리가 조화롭게 들려왔다.

그때였다. 언덕 쪽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소리에 이끌려 고개를 들어보니 언덕 위에서 한 중년의 남성이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아래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고, 손짓은 분노를 담고 있었다. 시선이 자연스레 그가 바라보는 곳으로 향했다.

언덕 아래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끌며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방향을 잘못 잡은 듯, 그녀는 역방향으로 자전거길을 오르고 있었다. 마주 오는 자전거들과 충돌할 위험이 있어 보였지만, 그녀는 한 손으로 자전거를 붙잡고 신중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냐고!”

남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거칠었지만, 상황을 자세히 보니 그도 그녀를 향한 완전한 분노라기보단 무언가 당황+화가 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 원래는 자전거길에서 빠져나가 언덕 위로 올라가야 했던 모양이다. 그는 제시간에 빠져나갔지만, 아주머니는 길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올라오게 된 듯했다.

나는 페달을 천천히 멈추며 길을 비켜줬다. 아주머니는 나를 지나치며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녀의 표정에는 약간의 당황과 피곤함이 섞여 있었다. 남성은 여전히 언덕 위에서 무언가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묵묵히 언덕을 올라갔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서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삶의 길에서도 종종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 길을 잃고,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흔들리고, 자신이 맞게 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

그날 아주머니는 어쩌면 그 길에서 작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내게 남기고 간 게 아닐까.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