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클라르나(Klarna)는 OpenAI와 협력해 만든 AI 어시스턴트가 출시 한 달 만에 230만 건의 상담 채팅을 처리했다고 발표했다. 풀타임 직원 700명분의 업무량이었다. 평균 응대 시간은 11분에서 2분으로 줄었고, CEO는 무대 위에서 “이게 우리의 미래”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1년 뒤, 클라르나는 다시 사람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이 한 줄짜리 반전이 2026년 5월 현재 우리가 서 있는 좌표를 정확히 보여준다. AI는 일의 80%를 가져갔지만, 마지막 5%에서 무너졌다. 그 마지막 5%는 “이런 답변은 우리 브랜드답지 않다”, “이 케이스는 사람이 받아야 한다”, “이 정도 품질이면 출시해도 된다”를 정하는 일이었다. 다시 말해 결정하는 일이다.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1인으로 에이전트 팀을 굴려봤다. 개발 에이전트(Claude Code), 디자인 에이전트(v0, Figma Make), 카피 에이전트(Claude/GPT), 리서치·SEO 에이전트, 이미지 에이전트, 발행 에이전트까지. 그 결과 사람이 마지막에 하는 일은 단 하나로 수렴했다. “이거 만들까, 말까.” 그게 전부였다.

이 글은 그 6개월 동안 내가 본 풍경에 대한 보고서다. 그리고 그 풍경 안에서 왜 “프로덕트 오너(PO)”라는 단어가 — 회사 직책이 아니라 사고방식으로 — 모두에게 남는 자리가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1. 6개월간 에이전트 팀을 굴려본 풍경

내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GitHub 이슈 목록을 본다. 어제 자기 전에 던져둔 작업들을 Claude Code 에이전트가 밤새 처리해 PR을 올려놨다. 코드 리뷰를 보면서 “이 구조는 우리 컨벤션과 어긋난다”는 코멘트를 단다. 에이전트가 알아서 고친다. 머지 버튼만 내가 누른다.

점심 무렵엔 리서치 에이전트가 정리해둔 시장 데이터를 본다. 어제 던진 질문에 대해 10개 이상의 1차 출처를 교차 검증한 리포트가 와있다. 나는 그 안에서 “이건 본문에 쓰자”, “이건 빼자”를 표시한다.

오후엔 디자인 에이전트가 만들어둔 랜딩 페이지 시안 3안을 본다. 내가 하는 일은 그중 하나를 고르고, “여백을 더 줘”, “헤드라인을 더 단정하게”라고 말하는 일이다. 코드가 동시에 갱신된다.

저녁엔 카피 에이전트와 SEO 에이전트가 협업해 만든 블로그 초안을 본다. 사실관계를 체크하고, “이 문장은 우리 톤이 아니다”를 짚어준다. 발행 에이전트가 Ghost CMS에 올린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내가 직접 키보드로 만든 산출물은 거의 없다. 코드도, 디자인도, 카피도, 이미지도, 메타 태그도 내 손이 직접 빚어낸 게 아니다. 그러면 나는 뭘 한 걸까?

내가 한 일을 정직하게 적으면 이 정도다.
- 이번 분기에 무엇을 만들지 정했다.
- 각 산출물의 합격선과 톤을 정했다.
- 에이전트가 만든 결과물 중 무엇을 채택할지 정했다.
- 실패한 결정 몇 개를 책임졌다.

여섯 글자로 줄이면 “결정하고 책임진다” 다. 그 자리의 이름이 결국 “프로덕트 오너”였다는 게 6개월간의 결론이었다.

자, 그럼 이게 나만의 특수한 풍경일까? 아니다. 데이터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 AI가 실제로 대체하고 있는 직무 — 2026년 현재형

먼저 솔직하게 인정하자. “AI 때문에 모든 직업이 사라진다”는 헤드라인은 과장이다. WEF가 2025년 1월 다보스에서 발표한 Future of Jobs Report 2025에 따르면, 2030년까지 9,2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지만 동시에 1억 7천만 개가 새로 생긴다. 순증가 7,800만 개. 골드만삭스도 향후 10년에 걸쳐 대체될 노동자를 6~7%로, 실업률 상승을 0.6%포인트로 본다. 일자리가 통째로 사라지는 그림이 아니다.

하지만 그 7%의 자리, 그리고 모든 직업 안에서 자동화되는 작업의 비중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맥킨지 2025년 11월 리포트는 미국 노동시간의 57%가 기술적으로 자동화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리포트에서 응답 기업의 32%가 향후 1년 안에 AI로 인해 전체 인력을 3% 이상 감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직군별로 줄여서 보자.

직군 대표 도구 실측 생산성 변화 진짜 일어난 일
개발 Claude Code, Devin 2.0, Copilot GitHub 실험에서 Copilot 사용 그룹이 동일 과제를 55.8% 빠르게 완수 (N=95) PR 사이클 9.6일 → 2.4일
디자인 v0, Figma Make, Lovable 중대형 디자인팀 67%가 AI 생성 도구 사용, vibe-designing 시 50~70% 시간 절감 정적 화면 사고 → 시스템·아웃컴 사고로 이동
마케팅·카피 Jasper, Claude, ChatGPT Gartner: 대기업 아웃바운드 메시지의 30%가 합성 생성(2022년 2% 미만 → 2025년 30%) 콘텐츠 생산량 3배, 마지막 10%만 사람
데이터 분석 NL→SQL 에이전트, Meta 내부 Analytics Agent 분석 시간 50~70% 단축, 일부 감사 업무는 14일 → 1시간 78% 기업이 “교체” 아닌 “증강” 목적
QA·테스트 Playwright Test Agents (v1.56, 2025.10) 테스트 작성 70~80% 빠름, 유지보수 60~70% 감소, 커버리지 3~5배 작성자에서 큐레이터로
고객 서비스 Klarna AI, Salesforce Agentforce Klarna AI: 한 달 230만 건 = FTE 700명분, 해결 시간 11분 → 2분 2025년 일부 사람 재채용, 하이브리드로 회귀

이 표가 말하는 핵심은 한 줄이다.

직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직업 안의 “실행(execution)” 부분이 사라지고 있다.

마케터의 80% 업무였던 콘텐츠 생산, 광고 카피 작성, 채널 운영, 이메일 발송이 자동화된다. 개발자의 80% 업무였던 보일러플레이트 코드 작성, 단위 테스트 작성, 버그 픽스가 자동화된다. 디자이너의 60~70% 업무였던 와이어프레임, 컴포넌트 제작, 시안 변형이 자동화된다.

남는 20%는 무엇인가? 답을 미리 말하면 — “왜 이걸 하는가“와 “어디까지 가야 합격인가” 다.

위기는 직무 단위가 아니라 작업 단위로 온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만 짚자. “마케터가 사라진다”가 아니다. “마케터가 하던 일의 80%가 사라진다”다. 두 문장은 완전히 다르다.

골드만삭스 경제팀이 2025년 8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미국 20~30세 테크 노출 직군의 실업률이 2025년 초 이후 3%포인트 상승했다. 동연령대 비-테크 직군이나 전체 테크 노동자 평균보다 훨씬 가파른 곡선이다. AI는 시니어부터가 아니라 주니어·실행 단계부터 잡아먹는다. 단순 보일러플레이트, 단순 시안, 단순 카피를 만들던 사람이 가장 먼저 친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KDI는 한국 직업종사자의 61.3%가 AI/로봇 대체 위험이 높은 직업에 종사한다고 분석했다. 단순노무 90.1%, 농림어업 숙련 86.1%가 최상단이지만, 그 안에는 법무비서, 회계사, 그래픽 디자이너, 콘텐츠 작가 같은 전문직도 포함돼 있다. 대체 가능한 일자리 327만 개 중 196만 개가 전문직이라는 게 KDI의 추산이다.

토스 기술 블로그가 2026년 같은 결론을 다른 언어로 정리해뒀다.

“AI 시대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 작성자가 아니라, AI와 협업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SK AX 인사이트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는다. 키보드로 코드를 두드리는 시간은 줄고, AI가 만든 코드와 설계를 검토하고 조정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 “검토하고 조정한다”는 동사의 본명이 무엇일지, 이쯤이면 짐작이 갈 것이다.

3. 그런데 AI가 끝까지 못 하는 일이 있다

여기서 모순처럼 들리는 사실 하나를 보자. Devin은 SWE-bench에서 13.86%를 해결한다. Cognition의 SWE-1.5는 SWE-bench Pro에서 40.08%, Claude Sonnet 4.5는 43.60%로 1위다. 거꾸로 말하면 — 여전히 절반 이상은 풀지 못한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같은 도구가 PR 사이클을 9.6일에서 2.4일로 줄인다. 이 두 사실이 동시에 사실인 이유는 간단하다. 풀리는 문제는 잘 풀고, 못 푸는 문제는 사람이 받아야 한다. 그 “사람이 받아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보면 패턴이 보인다.

  • 코드는 쓸 수 있지만, 무슨 코드를 쓸지는 못 정한다.
  • 디자인은 만들 수 있지만, 왜 이 화면이 필요한지는 못 정한다.
  • 광고는 돌릴 수 있지만, 누구에게 무엇을 팔지는 못 정한다.
  • 상담은 받을 수 있지만, 이 케이스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못 정한다 (클라르나가 5%의 에지 케이스에서 무너진 지점이다).

이 모든 “못 정하는 것”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컨텍스트, 판단, 책임.

컨텍스트는 우리 회사가 지금 어디에 있고, 시장이 어디로 가고 있고, 이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에 대한 정보다. 판단은 두 선택지가 둘 다 그럴듯해 보일 때 하나를 고르는 일이다. 책임은 그 선택이 틀렸을 때 욕먹는 일이다.

이 셋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통상 무엇이라 부르는가. 회사에선 보통 “프로덕트 오너”라 부른다. 1인 창업의 세계에선 “파운더”라 부른다. 작가는 “작가”라고, 셰프는 “셰프”라고 부른다. 하지만 직책을 빼고 본질만 보면 다 같은 일을 한다 — “무엇을 왜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일.

“프로덕트 오너”라는 단어를 재정의해야 한다

오해를 풀자. 이 글에서 말하는 “프로덕트 오너”는 회사 안에서 명함에 박힌 PO 직책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PO는 “무엇을, 왜, 누구를 위해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모든 사람” 이다.

  • 1인 창업가는 자기 사업의 PO다.
  • 사이드 프로젝트로 작은 도구를 만드는 개발자는 그 도구의 PO다.
  • 회사 안에서 자기 팀의 방향을 잡는 사람은 그 영역의 PO다.
  • 심지어 자기 커리어를 운영하는 사람도, 일종의 자기 자신에 대한 PO다.

PO가 직책의 이름이 아니라 사고방식의 이름이라는 게 이 글의 핵심 트릭이다. 그래야 다음 단락이 성립한다 — “모든 사람이 PO가 될 수 있는 시대.” 직책이면 한정된 자리지만, 사고방식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4. 왜 프로덕트 오너만 남는가 — 세 가지 비대체 자산

업계 리더들의 말부터 들어보자. 이 한 문장이 PM/PO 직무를 가장 정확히 묘사한다고 본다.

“당신은 코디네이터의 껍질을 벗고 오케스트레이터가 되어가고 있다. 이 기술적 변화는 PM 직무를 없애는 게 아니라, 항상 평균적 PM과 탁월한 PM을 가르던 것 — 전략적 비전, 판단, 취향, 리더십 — 을 극적으로 더 가치 있게 만든다. 저가치 프로세스는 자동화되어 사라진다.”
— Reforge, 2025

Reforge가 말하는 “코디네이터 → 오케스트레이터”의 전환이 왜 일어나는지 풀어보면 세 가지 자산으로 정리된다.

(1) 컨텍스트 — AI는 시장과 사람을 모른다

AI는 토큰 단위로 입력된 정보만 안다. 그게 전부다. 우리 고객이 어제 슬랙에서 흘린 한마디, 영업 사원이 사내 정치 때문에 들고 오지 못한 피드백, 도메인에 10년 종사한 사람이 갖고 있는 “감”, 경쟁사 PM이 컨퍼런스 뒤풀이에서 흘린 한마디 — 이 모든 것은 학습 데이터로 들어가지 않는다.

문제는 좋은 결정의 70%가 바로 이 입력되지 않은 정보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클라르나 사례가 정확히 여기서 무너졌다. AI가 95%의 케이스를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실이었지만, 그 5%가 어떤 종류의 5%인지, 그게 브랜드 신뢰에 어떤 비용을 부과하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사내 인간들 사이의 컨텍스트에서만 나왔다.

CEO Sebastian Siemiatkowski가 2025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인정한 한 문장이 이 진실을 가장 깔끔하게 정리한다.

“비용이 너무 지배적인 평가 기준이 됐다. 결과적으로 더 낮은 품질을 갖게 됐다.”

비용은 데이터로 잡힌다. 품질은 컨텍스트로 잡힌다. AI는 전자에 강하고 후자에 약하다.

(2) 판단 — AI는 트레이드오프를 못 정한다

“이 기능을 출시할까, 보류할까.” “디자인 A로 갈까, B로 갈까.” “이 가격에 팔까, 더 받을까.” 이런 질문에 AI는 매우 똑똑하게 답변한다. 양쪽의 장단점을 정리해주고, 각 시나리오의 결과를 추정해주고, 데이터를 들어 비교해준다.

하지만 정확히 거기서 멈춘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를 정하지는 못한다.

이건 AI가 멍청해서가 아니다. 트레이드오프는 “어느 쪽이 더 옳은가”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더 맞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컨텍스트의 영역이다. 이 회사의 자금 사정, 다음 분기 목표, 창업자의 신념, 팀의 피로도 — 이걸 종합해서 한 방향을 가리키는 게 판단이다.

Productside가 2026 PM 가이드에서 적은 한 줄이 이걸 가장 잘 표현한다.

“2026년에 앞서가는 PM은 가장 도구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판단을 외주화하는 동안 자기 판단을 날카롭게 유지한 사람이다.”

이 문장의 무게가 점점 커지고 있다.

(3) 책임 — AI는 결정의 결과를 짊어지지 않는다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윤리의 문제다. AI가 잘못된 답을 내놓아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지는 건 결국 인간이다. 그게 미국 식약청이든, 한국 금감원이든, 회사의 평판이든, 고객의 신뢰든.

책임을 진다는 건 단지 욕을 먹는다는 뜻이 아니다. 결정 시점에 이미 결과의 무게를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 무게를 알고 결정하는 사람만이 신중하게, 책임감 있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AI에게 그 무게는 입력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 AI 에이전트가 99%의 실행을 한다고 해도, 마지막 결정 버튼을 누르는 자리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에 남는다. 그 자리의 이름이 PO다.

5. 누구나 PO가 될 수 있는 시대 — 위기가 아니라 초대장이다

여기까지 읽고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결정·판단·책임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그건 원래도 PO나 임원의 영역이지 않나?”

맞다. 다만 한 가지가 결정적으로 바뀌었다. PO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진입장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의 PO는 다음과 같은 자원 동원력이 필요했다.
- 개발자 5~10명을 설득해 6개월 동안 일을 시킬 수 있어야 했다.
- 디자이너 2~3명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했다.
- 마케터, QA, 데이터 분석가의 협조를 얻어야 했다.
- 그 모든 사람들에게 줄 월급과 예산을 확보해야 했다.

진입장벽은 사실상 “리소스 동원력” 이었다. 그래서 회사 안의 일정 직급 이상, 혹은 자본을 모은 창업자만이 PO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에이전트가 그 모든 역할을 대신한다. Claude Code가 개발자 5명을 대신하고, v0가 디자이너 2명을 대신하고, Jasper와 Claude가 마케터를 대신하고, Playwright Agent가 QA를 대신한다. 진입장벽이 “결정 능력” 만 남는다.

Anthropic CEO Dario Amodei는 2025년 5월 Code with Claude 컨퍼런스에서 “처음으로 직원이 1명뿐인 10억 달러 회사가 언제 나올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26년. 70~80% 신뢰도.”

Sam Altman은 비슷한 시기에 “테크 CEO들끼리 첫 1인 10억 달러 회사가 언제 나올지 내기 중”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또 한 가지를 덧붙였다 — “2026년 말까지 100~1,000달러 정도의 추론 비용으로, 과거 팀이 1년 걸려 만들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이건 미래 예측이지 검증된 사실이 아니다. 정직하게 인정하자. 하지만 풍경 자체는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 명확하다.

  • Base44(Maor Shlomo, 솔로 창업): AI-네이티브 코딩 스타트업, 6개월 만에 25만 사용자, Wix가 8천만 달러에 인수.
  • Danny Postma의 HeadshotPro: AI 헤드샷 생성기, 월 30만 달러 매출, 솔로 운영.
  • 미국 신규 스타트업 중 솔로 창업자 비중: 2019년 23.7% → 2025년 상반기 36.3%.
  • 솔로프러너 풀스택 도구 묶음 비용: 연 3,000~12,000달러. 전통 인력 대비 95~98% 비용 절감.

기회는 빅테크 CEO에게만 열린 게 아니다. 작은 도구 하나 만들어 운영하는 1인 창업자에게도, 회사 안에서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직원에게도, 자기 채널을 가진 크리에이터에게도 열린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능력만 있다면.

PO 사고방식의 핵심 질문 3개

PO처럼 생각한다는 게 무엇인지 잡히지 않는다면, 이 세 가지 질문이 가장 짧은 정의다.

  1. 이 문제는 진짜 존재하는 문제인가? (가짜 문제에 시간 쓰지 않기)
  2. 이걸 만들면 누가, 왜 쓰는가? (수신자 없는 결과물 만들지 않기)
  3. 안 만들었을 때 무엇이 망가지는가? (만들 이유가 약하면 안 만들기)

이 세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직책이 무엇이든 이미 PO다. 답할 수 없다면, 직책이 무엇이든 아직 PO가 아니다.

6. 오늘부터 PO처럼 살아가는 법

말은 알겠는데 그래서 월요일에 뭘 하느냐. 6개월간 에이전트 팀을 굴리며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됐던 실천 세 가지만 남긴다. 길게 늘이지 않겠다.

(1) 자기 일에서 “실행”과 “결정”을 분리하라

오늘 자기가 한 일을 다 적어보자. 그리고 두 칸으로 나누자.

  • 실행: 누가 정해준 일을 수행한 시간 (코드 짜기, 디자인 만들기, 보고서 작성, 회의 참석, 이메일 응대)
  • 결정: 무엇을, 왜, 어디까지 할지 정한 시간

대부분의 사람이 80:20이다. 어떤 사람은 95:5다. 이 비율이 그대로면 5년 뒤 당신의 시장 가치는 줄어든다. 실행 비중은 어차피 AI가 가져간다. 20%를 30%로, 30%를 50%로 키우는 게 PO 근육을 키우는 일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매주 한 가지라도 “원래는 위에서 정해줬을 일”을 자기가 먼저 정해서 가져가는 것. 한 번에 한 칸씩 옮기면 된다.

(2) 에이전트에게 “지시”가 아니라 “의도”를 주는 연습

AI 에이전트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이 아니다. 의도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가이다.

못 쓰는 사람: “이 함수 리팩토링해줘.”
잘 쓰는 사람: “이 함수의 책임이 둘로 나뉘는 게 자꾸 거슬린다. 입력 검증 부분이랑 비즈니스 로직 부분이 같은 함수 안에서 섞여 있는 게 문제다. 두 책임을 분리하되, 호출하는 쪽 코드는 가능하면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 테스트 통과 기준으로 보자.”

이건 단순히 더 친절한 게 아니다. 후자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게 필요한지, 합격 기준이 뭔지를 정리한 메시지다. 정확히 PO가 개발자에게 일을 시킬 때 쓰는 언어다. 에이전트를 잘 쓰는 연습이 그대로 PO가 되는 연습이다.

Andrej Karpathy가 2025년 본인이 만든 “vibe coding”이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agentic engineering”으로 리네이밍하며 한 말이 정확히 이 지점이다.

“agentic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99%의 시간을 당신이 직접 코드를 쓰는 게 아니라 그것을 하는 에이전트를 오케스트레이션하고 감독자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engineering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거기에 art와 science와 expertise가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레이션과 감독. 그게 일의 본명이 됐다.

(3) 작은 프로덕트를 하나 소유하라

이게 가장 중요하다. 책으로, 코스로, 사고실험으로는 PO가 되지 못한다. 결정의 결과를 직접 짊어지는 경험만이 PO 근육을 키운다.

회사 안에서 작은 사이드 트랙을 시작해도 되고, 개인 도메인을 사서 작은 도구를 만들어도 된다. 블로그 채널 하나, 뉴스레터 하나, 작은 SaaS 하나면 충분하다. 핵심은 다음 셋이다.

  • 누가 쓸지 자기가 정한다.
  • 무엇을 어디까지 만들지 자기가 정한다.
  • 안 쓰여도, 망해도 자기 탓이다.

이 셋이 갖춰진 작은 프로젝트 하나가 토익 990점보다, 자격증 다섯 개보다 5년 뒤 당신의 시장 가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AI 에이전트가 만드는 시대에 차별화 자산은 “내가 무엇을 결정해봤는가” 다.

7. 다시 본질로 — 일이 사라진 게 아니라 결정만 남았다

여기까지 읽고도 여전히 불안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내가 정말 PO가 될 수 있을까?” “지금 하는 일을 다 놓고 그쪽으로 가도 될까?” 정직하게 답하면 — 한 번에 다 바꿀 필요는 없다. 그리고 PO가 회사 직책의 PO일 필요도 없다.

다만 한 가지만 기억하자. 6개월간 에이전트 팀을 굴려본 사람의 1인칭 결론으로 말하면 이렇다.

AI 시대의 직업은 두 가지뿐이다. 결정하는 사람, 그리고 결정을 도와주는 에이전트들.

당신이 어디에 있을지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쓰는지가 정한다. 오늘 한 일을 다시 들여다보자. 그중 “실행”이 아니라 “결정”이었던 시간은 얼마였는가. 그 시간이 당신의 5년 뒤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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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둘 다 PO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