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매니저로 일을 하다가 트라우마 생긴 이야기
예전에 PC방 매니저로 일한적이 있다. 거의 20년도 지나서 기억이 희미해 졌지만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일이 있다. 내가 일한 PC방은 체인 가맹점이었고 아마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수 있는데 o앤o이라는 PC방이다. 나는 본사에 소속된 매니저로 원래는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지원했지만 회사에 들어갔더니 매니저였던 슬픈사연이 있는데.. 너무 TMI가 될 것 같으니 각설하고 해당 PC방에 파견가서 오픈을 지원하는 임무를 받고 갔다. 이미 인테리어부터 웬만한 모든 것이 되어있는데 일주일정도를 추가로 오픈 준비를 한다. 컴퓨터 세팅, 네트워크 세팅 부터 매장에서 팔 음식등의 세팅, 그리고 점주에게 교육등을 하게 되는데 즐겁게 오픈준비를 하고 나면 오픈을 하게 된다. 전단지도 돌리고 하는데 3일 정도 이벤트를 했던것 같다. 뭐 한시간 무료 그런거 이벤트를 하면 초등학생, 중학생 할것 없이 많이들 온다. 그리고 무료를 이용하고 가는데 이벤트 기간때는 사람이 상당히 많이 와서 점주를 비롯해서 나도 안될거라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벤트 기간이 끝난 후에 손님 숫자가 많이… 아주 많이 적어졌다. 이때부터 점주님의 하소연, 푸념이 시작되었다. 모든 재산을 투자해서 시작했다는 것 부터 시작해서, 본사에서 문제 없을 거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된건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죽고 싶다는 이야기. 인테리어 다 뜯어버리고 다른거 해야하나? 컴퓨터 다 팔면 얼마정도 하냐? 니가 볼때 나아질 가망성이 있어보이냐?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하셨다. 나는 완전 사회 초년생, 말그대로 쌩신입, 쌩초보였기 때문에 본사에서 교육받은대로의 이야기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본사에서 어련히 잘 해주셨을 것이다 등의 뻔한 이야기들. 너무 답답해서 선임이라고 해야하나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이런 일들이 있을 때 전화드리는 어떤 임원인지 그냥 직원인지 아무튼 그런 분께 전화를 드리면 그냥 잘 대응 하라는 말 뿐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거기는 그냥 입지가 안좋았다. 그 안좋은 입지를 선정한 본사도 이해가 안가지만 본사말만 듣고 그곳을 선택한 점주도 이해가지 않았다. 점주는 자신의 생계가 달려 있으니 최소한의 확인등은 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지금 기억나는 그곳의 입지는 역하고도 애매하게 떨어져있고 주변에 유동인구도 없는 뭐 그런 입지인데, 그럴 경우에는 속된 말로 뜨내기들을 받기는 힘든 위치라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야한다. 결론은 “여기에 피시방을 왜차려?” 뭐 이런 곳이었다. 아무튼 점주님도 오픈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지만 오픈후에 그렇게 되는 것을 보고 그냥 싹부터 노랗다는 것을 알았을 것 같다. 본사를 너무 믿은 점주, 가맹점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본사. 개인적으로는 회사가 백프로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회사를 너무 믿은 점주님도 아쉽다. 이후에 나는 오픈 지원 기간이 끝나고 본사로 복귀했는데, 내 정신도 많이 털렸던 것 같다. 그전에 잘 되는 곳만 돌아다녀서 그냥 장사들이 잘된다고만 생각하고 별 생각이 없었는데, 안될 매장을 오픈하면서 여러가지 겪었던 상황들이 내 정신도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아 이 일은 나랑 안맞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도 가끔 그 점주님이 생각날 때가 있는데, 점주님의 가족들이 다들 오셔서 가게일들을 도우셨는데 아내분, 아들, 딸 이렇게 도시락싸서 오셔서 가게일을 도우셨다. 온가족이 아버지의 사업이 잘되길 비셨을 것이다. 나도 정말 잘 되길 빌었다. 그 때는 내가 20대이고 결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점주님의 어깨이 짊어진 짐을 지금처럼 크게 느끼진 못했을 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젊었을때의 나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었다. 뭐 아직도 생각나는거 보면 내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집에 큰일도 있었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되지 생각해보고 여러가지 생각하다가 갑자기 옛날기억도 떠오르고 해서 한번 적어봤다.